SBS대선주자 국민면접프로그램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불만이 있을 수는 있는데, 지나치게 공격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특히나이 걸 안 보는 게 챔피언이라는 어떤 배우의 그런 스탠스는 정말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태생적 한계와 문제점은 분명하다. 첫째로,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는 당연히 패널 구성이 있겠다. 나도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예고편을 봤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이 바로 패널의 면면이었다. 할 말이 정말 많지만, 차라리 전여옥과 진중권은 그렇다 치자. 기대할 법 했던 강신주는 실제 방송에서 역할이 미미하고, 별로 통찰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판타지적, 음모론적, 상업적 스토리텔링의 대가인 김진명은 어떤가. 참으로 우려될 만 하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진지한 곳에는 제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허지웅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안희정과의 대담에서형식적인 논리라는 말을형식논리라고 마음대로 줄여 말했을 때, 수학 전공자로서 나는 깊은 빡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는 체하기 왕이 상대하기에 대선 주자는 진짜배기들이고, 진짜배기들이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불만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참으로 불만족스러운 구성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패널들은 확실한 재미를 주거나 통찰력있는 질문을 하거나 하는 데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갑질의 상징인면접관이라니, 그리고 국민의 대리인이라니, 빡칠 요소가 분명히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예능이라는 포맷에 있다. 일단 예능은 쇼이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치가 대놓고 쇼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예능은 예능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전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시간이 많이 없어서인지, 프로그램 상에서 대놓고 편집되는 부분이 많다는 게 눈에 확연히 보이며, 뭔가 편집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도 든다. 정치는 어쨌든 중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임의적 편집이 가져오는 폐해는 반드시 존재하고, 논란이 될만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면접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괴리감도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것 같다. 어쨌든국민의 대리인이라는 마땅찮은 면접관들과만 대화를 하고,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일반 시민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질문들에서 이게 무슨 국민면접이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관심있는 후보들에게서 듣고 싶은 대답들이 많은데 PD로부터 일방적으로 편집 당하여 그걸 볼 수 없는 것에서 국민들의 소외감이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의 등장과 방영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똑같은 형태로 선거 때마다 매번 계속되기를 바라는 그런 의미에서의 칭찬이 아니라, 이러한 접근의 중요한 시초로서 잘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주자들을 이렇게 앉혀다 놓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정치적 논쟁으로 가지 않는 중간점을 묘하게 잘 잡아 주었다. 의외로 이 가위질이 난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대선주자를 생각보다 잘 파악하게 되는 것도 칭찬할 만한 포인트이다. 정보는 전달 방식이 중요하다. 각 대선주자의 심층 인터뷰를 보거나 본인의 저작물을 보거나, 활동들을 쫓아가며 살펴보면 더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누가 이 5명 내지는 더 많을 대선주자들에 대해 일일이 이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다섯 명을 모두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포맷이라는 데 있다. 내가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들을 한 명씩 관심 갖고 보게 만드는 그 포인트를 면접이라는 신통한 방법으로 꽤 잘 잡아낸 것이다.


대선주자나 정치인에 대한 예능이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면 기억나는 것으로 저번 대선에서의 힐링캠프가 있었다. 이것도 SBS의 것이었는데, 일반 예능이었던 힐링캠프에의 대선주자들 등장도 당시에 이슈가 많이 되었지만 나는 그 것이 좋은 포맷이었다거나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각 개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인 관점이었고 나아가서 솔직히 박근혜에게 유리한 포맷이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나빴다. 대통령은 리더이고, 리더의 인간적 측면이라는 것은 기만하기 참으로 쉬운 것이다. 반면에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훨씬 리더의 리더십에 집중한다. 개인적 스토리가 있더라도, 그것이 리더십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다.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끊임없이 이 사람이 리더로써 적합한지 묻고 접근하는 것. 이런 것을 딱딱하지 않은 포맷으로 풀어낸 것은 시초적인 시도임에 틀림없다. 리더십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이런 시국이기 때문에 또 가능했던 것이다.


면접이라는 포맷도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면접이라는 자리에서 반드시 면접자는 면접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건 그냥 정치인들이 가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아부하면서 잘 보이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량이 생각보다 짧고 가위질로 난도질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질문들이 많이 던져졌고, 대선주자들은 거기에 대충 대답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을 잘 만들어 낸 것이다. 면접관의 면면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차피 그들은 자신의 캐릭터와 생각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잘 컨트롤 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나는 이러한 포맷이 토론보다 훨씬 유효하다고 본다. 일단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토론이라는 것은 잘 굴러가지 않으며, 정치인 토론이라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TV 토론 검증을 고도화한 미국도 결국 이번에는 실패했다. 나는 내가 기존부터 쭉 글을 써왔듯이, 토론은 별로 좋은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토론은 필수불가결할 때나 하는 것이지, 그다지 합리적인 의견 교류의 장이 될 수가 없다. 간단히 토론에 대한 나의 의견을 다시 여기에 정리해 두자면, (1) 토론은 글이 아닌 말로 하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요구하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무리한 의견 교류로 흐를 수 밖에 없고, (2) 제대로 된 토론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사전 정보 공유가 확실히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환경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기는 극히 어려우며, (3) 합리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토론 당사자나 방청자들 모두가 상당한 논리적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4) 게다가 만에 하나 대단히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핵심가치 차이를 확인하는 데에서 그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극히 논리적인데 다른 결론이 나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말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토론을 애초에 할 필요가 없다. 서로 핵심가치, ,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결론을 가지게 되었든지, 아니면 진작 서로 동의했어야 마땅하다.


토론보다 서로의 이해를 제고하는 세미나적 형태가 사회문제의 장기적 해결에는 훨씬 도움이 되며, 개인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에는 질문과 답변 형태가 훨씬 도움이 된다. 의견이 다른 이유는 서로 가지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토론 같은 경쟁적인 것을 하지 말고 그냥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얼마나 국민들 각자에게 잘 동의가 되는지가 투표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토론을 하면 각자의 의견 전개 방식을 관찰하면서 얼마나 논리적인 능력이 있는지를 어느 정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기야 하나, 말했듯이 방청객이든 참가자든 그 정도의 논리연습이 어차피 안 되어 있어 검증이 잘 안 되며, 논리보다 이른바말빨이 훨씬 강력하다. 말빨 확인하는 데에는 토론만한 게 없기야 하겠고 말빨이 리더에게 중요한 자질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말빨이라는 건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라 결국 무의미해진다. 트럼프와 박근혜의 토론과 '말빨'을 떠올리면 간단한 이야기다.


그러니, 면접이라는 포맷은 토론보다 더 잘 잡은 것이다. 각 개인에 집중하는 개인 면접이라는 것도 좋다. 네거티브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할 수 밖에 없는 정치판에서 상대를 상당히 배제하고 개인에 집중하는 것은 개인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곤란한 질문들도 적당한 수준에서 잘 던져주는 것도 좋고, 과거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박근혜나 반기문은 확실히 걸러낼 수 있었을 것 같은 포맷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명박은 아닐 거 같지만.


대선주자들, 그리고 정치인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가 많아지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쨌든 플러스가 되는 일이다. 이런 시도를 여러 가지 미흡한 점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폄하해 버리는 건 민주주의 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것을 시초로, 진짜 대선 국면에 들어 갔을 때 더 많은, 더 고도화 된 포맷들이 등장하면 여러 경로로 우리는 대선주자들을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특히나 이 프로그램이보나마나한 늘 똑 같은 이야기로만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이 이런 것들을 접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Posted by 호오님